문(門) / 오영록
입술의 위대한 경계를 본다
안과 밖이 불분명한 듯 보이나 너무 선명한 경계다
세상에서 가장 센 괄약근(括約筋)이다
모든 것의 통로가 되는 저 경계
내면의 모든 것이 나올 수 있는 아슬아슬한
하지만 굳게 닫힌 통로는 누구도 열 수 없다
생각을 들이고 사랑을 들이는 통로
한점 마음이 새어나지 않게
옥죄고 있는 저 튼튼한 괄약근
입을 닫고 있으면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
한점 바람도 사랑 한마디도 들어올 수 없는 통로
사람을 만나거나 여인을 만날 때는
입을 자주 열어서는 안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너무 많은 것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지난번 사돈을 만났을 때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술술 나오는
요실금 같은 증상 때문에 구박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사랑은 은밀히 조용히 오가는 특성이 있어
괄약근은 맞대고 교환하는 방식이다
서로 물컹한 속을 확인하는 일
마음을 간 보는 일이어서 키스를 해 보기 전까지는
몸을 섞거나 결혼을 해선 안 된다
사람들은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하여
수시로 껌으로 운동한다
마담 춘자는 경계가 헐거워졌다며
아예 풍선껌을 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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