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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한소문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4. 5. 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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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소운

 

 나는 한 가지 체위만을 고집 한다

 

 

 

  내 살아온 이력

 

  근본 없이는 똑바로 설 수 없기에

 

  산그늘보다 더 깊은 뿌리 하나쯤 내리고

 

  고요히 선정에 들 때면

 

  깊은 하늘 날던 새들도

 

  가만 내 어깨로 내려와

 

  詩나부랭 詩나부랭 문장을 만들다

 

  구름 한 장 북 찢어버리고

 

  포로로 하늘 속으로 날아간 오후

 

  여러 가지 체위 법을 논하는 시인들은

 

  아직도 난해한 說을 풀어 놓지만

 

  나는 죽어도 무릎 꿇지 않는

 

  예나 지금이나 한 가지 체위만을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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