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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과 아버지 / 한세정

마중물/시인들 시

by 김낙향 2014. 5. 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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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과 아버지

 

 

​                   한세정

 

 

 당신이 읊는 레퍼토리는

 

  너무 신파적

 

  사는 게 가벼울까 봐

 

  당신은 두툼한 입술을 물려주었지

 

  호주머니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주전부리들

 

  몸통이 곧 쏟아질 것 같다

 

 

 

  멋들어지게 머리를 빗어 넘기고

 

  음악처럼 왈츠처럼 당신은

 

  사뿐사뿐 대문을 나서네

 

  그들의 공통점은 몸통에 어울리지 않는

 

  다리를 가졌다는 것

 

  베개 옆의 공주를 못 알아봤다는 것

 

 

 

  나팔꽃 같은 귀를 쫑긋거리며

 

  녹색 입술이 사랑에 대해 열변을 토할 때

 

  두툼한 입술 사이 흐물흐물

 

  너털웃음이 흘러나왔지

 

 

 

  에드벌룬처럼 당신은

 

  담장을 넘어 멀리 달아나다가

 

  조금씩 바람이 빠진다

 

  언젠가는 사뿐사뿐

 

  대문을 열고 들어오겠지

 

  공주도 없이 쓸쓸하게

 

  두 다리는 구부러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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