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과 아버지
한세정
당신이 읊는 레퍼토리는
너무 신파적
사는 게 가벼울까 봐
당신은 두툼한 입술을 물려주었지
호주머니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주전부리들
몸통이 곧 쏟아질 것 같다
멋들어지게 머리를 빗어 넘기고
음악처럼 왈츠처럼 당신은
사뿐사뿐 대문을 나서네
그들의 공통점은 몸통에 어울리지 않는
다리를 가졌다는 것
베개 옆의 공주를 못 알아봤다는 것
나팔꽃 같은 귀를 쫑긋거리며
녹색 입술이 사랑에 대해 열변을 토할 때
두툼한 입술 사이 흐물흐물
너털웃음이 흘러나왔지
에드벌룬처럼 당신은
담장을 넘어 멀리 달아나다가
조금씩 바람이 빠진다
언젠가는 사뿐사뿐
대문을 열고 들어오겠지
공주도 없이 쓸쓸하게
두 다리는 구부러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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