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잘살고 있다는 것 알지만
사는 일이 반찬을 만드는 것과 같다면
듬뿍 첨가한 참기름과 깨로 고소하였을 텐데
하루하루의 행간에 불현듯 끼어든 슬픔은
특별식으로 여기며
그 내부의 맛을 더 차분히 섭취했을 텐데
체념의 심연 속 난해한 생을 냉동고에서 꺼낸 듯
천천히 녹여 매운탕이라도 끓였더라면
쓰디쓴 몰락이란 맛은 내 생에 없었을 텐데
이러다가도
살아보니 반찬 만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절망과 허무가 팽팽한 세월을 숭숭 썰어
오래 숙성시키면 깊은 맛이 난다고
슬픔과 기쁨, 행복과 불행을 적당히 섞어
조리를 하면 알싸한 맛도 나고
그중 어떤 행복은 귀한 특별식이라고
- 소연 -
세 살배기 사내아이 (0) | 2017.05.10 |
---|---|
자작나무 (0) | 2017.05.02 |
나를 닮은 여자가 (0) | 2017.04.30 |
소리 없이 열리는 마음 (0) | 2017.04.30 |
아침 햇살 (0) | 2017.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