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의 내재율 / 소연
밥을 얻으려고 고개 숙여 본 사람은 안다. 자존심을 갈무리하는 방법을. 빠듯한 일상에 길든 채 무디게 살아도 부족함은 힘이다. 봄날 맨몸으로 무성해지는 나무처럼 가난은 내일로 향하는 간절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삶이 다 다르다는 이유로 달려도 달려도 다다르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 열정 쏟아붓고 닳도록 몸을 부려도 노동은 쓸수록 고귀해지는 게 아니라 비천해진다. 번득이는 창조로 기계 내장을 성형하던 이도, 하이칼라의 상징이 되었던 이도, 노동을 반납하지 않아도, 연륜이 깊어 존재의 가치가 높아도 밥그릇을 빼앗기는
이렇게 살 수도 없는 서른 살이 있고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마흔 살이 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없는 예순 살, 일흔 살도 있다
젊은이에겐 미생이 두렵고
늙은이에겐 완생도 서글프다
다르게 살면서
같아 보이려고 온 힘을 기울이는 것도
매일매일 들이닥치는 오늘과 친해지려고 애쓰는 마음도
다 객지客地다
* 2015년 / 시에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