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들다
기억에 남아 있는 20년 전 뾰루봉은 뚜렷한 길이 없었다.
나란히 어깨를 걸치고 있는 화야산 나무들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마에 부딪혔는데,
많이 변했다. 길도 뚜렷하고 건장한 나무들이 무성하다.
사람들의 발길에 다져진 길, 그 길 가장자리로 비켜선 나무의 그늘이 빼곡하다.
숲을 바라보니 초록이 싱그럽다.
산길을 따라 오르니 싱그러운 기운이, 풋풋한 내음이 육신에 차올라 몸속 공기가 숨차게 밀려 나온다.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시간은 천천히 6시간 정도.
눈이 맑아진다
상쾌함이 넘친다
땀이 흐르는 속도로
숨소리의 강약으로 뇌가 비워진다
바위에 걸터앉으니
내장조차 없는 듯 텅 빈 것 같은 이 기분
허전함도 아니요, 배고픔도 아니다
이 느낌!
이 여백!
힐링이다. 참선參禪이다?
혼자 산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느낄 것 같다.
호젓하다가, 힘들다가 무의식에 들었다가
몸속이 텅 빈듯한 이 느낌을.
* 뽀루봉, 화야산 - 경기도에 있는 산 이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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