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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나의 뜰/마음자리

by 김낙향 2020. 4. 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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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1914년 4월 9일 청태산에서 찍었다.

데이트라고 붙인 사진 속 주인공은 처녀치마.

폭포를 바라보며 나란히 앉은 뒤태를 바라보고 있으면 속닥거리는 둘의 이야기가 사람인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물소리에 섞여 흐르는 것 같았으니.

사진을 찍으면 몰입하게 되고 표정을 읽다 보면 내 안에 내가 해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일흔두 번째 인생 정거장을 막 통과하였다.

힘에 겨워서 때로는 하차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유행병에 도지듯 사진에 잠깐 빠졌던 때가 있었기에, 그리고 아무 격식도 없이 주절주절 컴 앞에서 좌판을 두드리며 시간을 쓰다 보니 생의 권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한 대목을 표절해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까지는 아니었지만 나에게 들이닥치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야지. 이런 마음으로.

이 마음 안에도 또 다른 나와 다투어야 하는 외롭고 아픈 시간도 물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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