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숨 쉬고 있는 집

나의 뜰/마음자리

by 김낙향 2023. 8. 28. 22:12

본문

나는 홀로 계시는 친정어머니와 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뒤에 텃밭이 150평 남짓 있고 삼면에 작은 조각 땅이 있는, 산에 둘러싸여 있는 집이다

어머니 집 바로 옆, 예전에 할아버지가 사시던 터에 10평도 안 되는 좁고 낮은 이동식 집을 지어 산지 8년째다.

방 하나, 거실에는 작은 소파와 티브이, 컴퓨펴와 책장을 벽에 붙여 놓고보니 이리저리 누워도 나보다 키가 큰 이는 다리를 뻗을 수가 없다. 내 키 치수 셋은 그런대로 사이좋게 누울 만하다. 

다행인 것은 겨울에는 따뜻한 보일러도 온수도 잘 나오고, 수도관도 하수도와 화장실도 지금까지 소통에 문제가 없다.

집 내벽과 천장을 나무로 붙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처음 방문한 이들은 나무 냄새가 좋단다. 

여름에는 집이 좁아 문을 열어 놓으면 바깥 온도와 집안 온도 차가 없어 힘들긴 하지만 무지 더웠던 올 여름 밤에는 방충망만 닫고 자면 더워서 잠을 설친 적은 없다, 

무더운 올여름 좁은 거실이 답답하여 책장 하나를 콘테이너 창고에 옮기니 한결 방이 헐거워져 시원해진 느낌이다. 

나이 들어 보니 깔끔함보다 편하게 살자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마당과 집 언저리에 어수선한 것은 참을 수가 없어 집에 있는 시간에는 늘 손이 흙투성이다. 이 버릇 때문에 잡초 없는 깔끔한 마당 잔디로 인하여 내 집은 더 정갈하고 아담하게 보인다.

그러나 대가는 따른다 늘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혀야 하는 시골 생활에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화되어 구부정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시골살이가 맘만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십 년 해를 견디고 있는 내가 대견하기도 하다. 

자고 나면 먹거리보다 잡초가 더 무성해지는 환경에서 풀 뽑기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이다.

나무를 심고, 꽃을 심는 것도 잡초의 영역을 거부하는 몸짓이다.

올 여름 온난화로 비가 쏟아졌을 때 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땅에 깊은 구덩이를 만들고 그 구덩이 흙은 물살에 떠내려가면서 도랑이 넘치고 그 물의 힘이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기둥 하나가 덜렁거리고, 입구 옆 산이 흘러내려 차 출입이 불가하여 바깥 도로 옆에 며칠 주차하고, 읍사무소에 사진을 찍어 신고하였으나, 지역 곳곳에 다리가 끊어지고 도로가 떠내려가고 논이 흙모래에 묻히는 큰 피해가 커서 산사태가 집을 덮친 것이 아닌 이상 개인 집 피해는 관심 밖이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주차장은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어 사람을 불러 품삯을 주고 메꾸어 놓았는데 두 번째 삼백 밀리 쏟아진 비에 그 옆 둑이 쓸려 사라졌다.

별스럽게 더운 여름날 몇 며칠 동안 땀을 비가 오듯 흘리며 흘러내린 흙을 자루에 퍼 담아 무너진 둑에 쌓았다. 며칠을 두고 몇 자루의 흙을 쌓았는지 숫자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삽질하는 막노동은 몸을 지치게 하고 포기하고 멈추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면역기능이 바닥이 나서 대상포진에 걸리고, 대상포진이 다 낳았나 싶었을 때는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에 걸려 꼬박 열흘을 누워서 앓아야 했다. 

장소를 막론하고 천재지변으로 피해는 보지만, 산사태로 집이 묻히는 일이 없어 다행이고 힘은 들지만, 더 큰 손해가 없는 것에 감사해야만 했으나 일흔 중반이 넘고 팔십이 넘어서면 시골이 버겁다. 

좋은 부분을 생각하며 힘든 것을 감내해야만 하는 시골 생활이다. 

 

 

'나의 뜰 > 마음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년 1월 초닷새날  (0) 2023.01.05
긴 마음  (0) 2023.01.05
나는 원숭이?  (0) 2022.12.25
단풍나무  (0) 2022.11.06
자연의 눈빛  (0) 2021.05.1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