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수필집을 읽다가
시인들의 수필에는 찰랑대는 물결 있어 가슴이 촉촉이 젖어 든다.
그 촉촉함은 기쁨 같기도 슬픔 같기도 한 것이 일렁이다가 글 맥을 벗어나 닻 없는 배처럼 멀리 떠내려간다.
오늘 아침은 안개에 잠겼다
안개에 뭉개진 소소한 풍경들이 양수리 아침 같다.
지그시 눈을 감고 양수리 물가에서 머물던 아침을 되돌려 본다.
섬세한 풍경의 깊이를 간간이 흔들며 부스스 눈 비비는 갈대 소리 들리고.
몽롱하게 깨어나는 아침 풍경 속 나무와 풀이, 물고기가 숨을 멈춘 듯한 양수리 고요는 나에게 신경 쓰지 않는 편안한 침묵 언저리에서 동동 떠 있는 물풀의 자유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걷다가, 누구를 오래도록 기다린 흔적이 있는 거미집에 가지런히 갇힌 이슬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물안개 깊이처럼 아득해지다가 새 소리에 돌아오고, 물 위로 물고기 튀어 올라 낙하하는 소리에 귀 열리다가, 아침 해에 기지개 켜며 일어나는 호수의 나무들과 과 비상하는 새의 날갯죽지에서 탈출하는 비늘 알갱이들 반짝이는 눈빛도.
열린 창으로 불쑥 들어 온 바람이 읽던 책을 급하게 넘기는 소리에 눈을 뜬다
오늘은 안개가 늦게까지 걷히지 않는다.
나는 창문에 턱을 괴고 안개 속으로 걸어간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다린다.
-- 2006년 9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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