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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꽃망울처럼

나의 뜰/마음자리

by 김낙향 2008. 10. 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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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꽃망울처럼

 

 

 며칠 전 소백산 양지에는 생강나무 꽃망울이 창을 발쯤 열고 있었어요.

 오늘쯤은 활짝 피었을 수도 있겠네요. 아니 꽃샘추위에 옹크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탱탱한 껍질이 흘러내리듯 살짝 밀려난 틈새에 노란 속살이 무척이나 청량해 보였어요.       

 

 양지바른 밭둑에는 씩씩하게 봄바람을 쐬고 있는 성질 급한 풀들이 겁도 없이 꽃대를 피울 기세로 몸에 초록 살을 붙이고 있었답니다. 다들 꽃샘추위에 무사해야 할 텐데.

 봄바람이 봄볕을 안은 말간 연둣빛 잎을 흔드는 손짓 사이로 튀어오르는 햇살이 유난히 반짝였답니다.

 봄기운에 얼었던 땅 밀고 올라오는 여리디여린 싹, 겨울을 견디고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애씀이 작년과 똑같았지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로운 발견처럼 설렌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봄이 제일 먼저 도착하는 남쪽에 다녀와야 겨울 감기가 말끔히 나을 것 같은 조급증으로 남해로 달려갔었지요.

가천에 도착하여 다랑논에 가득 핀 유채꽃처럼 하늘과 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답니다. 그래선지 소백산에서는 한결 가뿐한 쉰일곱 번째 봄이 되었지요.

 가슴 한구석에서 흐르는 연둣빛 숨결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를 느끼며 가만히... 그저 가만히 앉아 생강나무 꽃망울처럼 봄볕에 익어가는 나를 발견한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며 내려가라고 어찌나 재촉하던지.   

 

 

 

 

 

 

 

 

2006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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