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봄 사세요."
"봄 향기가 있어요."
봄을 파는 사람치고는 두툼한 옷과 추위에 파리한 얼굴이 어울리지 않지만, 당당하게 외치는 탁한 목소리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칫하게 한다.
그 말솜씨에 이끌려서 달래를 사는 아주머니, 취나물을 사며 한 줌 더 달라는 여인, 방풍나물을 만지며 낯설다고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보는 젊은 주부도 보인다.
여기저기 봄이 지천이다.
남쪽 하동이나 남해보다 먼저 재래시장에서 봄을 만난다.
눈 속에서 핀다는 복수초가 나오기도 전에 재배이긴 하나 봄나물이 여럿 나왔다.
된장 살짝 풀어 끓이다가 쑥에 생콩가루를 묻혀 한소끔 끓이면 쑥 냄새가 온몸으로 번질 것 같은 상큼한 생각을 하며
납작한 바구니에 성글게 담긴 쑥 한 무더기를 바라보니, 내 속내를 읽었다는 듯, 새것이라 좀 비싸도 향기가 끝내준다며 달라는 말도 하기 전에 봉지에 담아 내민다.
받아든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아주머니는 봄바람이 새침한 시누이보다 더 차갑다면서 무릎을 엉거주춤 일으켜 세운다.
재래시장 노점상인들은 비닐 칸막이에 바위처럼 앉아 겨울바람도 견뎠으면서 봄바람이 춥다고 하는 너스레에 아주머니도 나도 같이 웃었다.
쪽파 한 단을 더 사서 나오는데 갑자기 펑! 소리에 모두가 놀라 지르는 비명에 섞여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모두가 하하 웃으며 튀밥을 자루에 담는 아저씨에게 저마다 농 한소리 던지고 지나간다.
봄이라야 작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도 새롭다 느끼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기에 세찬 불경기에도 희망으로 꿋꿋하게 견뎌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박한 눈빛과 소탈한 언어가 구수해서 정감이 가는 재래시장. 양풍에 밥을 비비는 젓갈 아주머니 가게로 숟가락 들고 모여드는 풍경이 정겹다.
정오가 넘은 지 오래다. 나도 배가 고파진다.
-2006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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