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볼 때
나는 왜 삶이 *오버랩(overlap) 되는지
팝콘처럼 혹은 나비 날개처럼 가벼운 삶이길 소원했는데
연둣빛 5월을 헛디뎌 생이 삐끗하듯
줄기가 꺾인 백일홍 꽃 피우는 것을 보고
삶은 아파하면서 피는 꽃과 같다는 걸 알았다
아귀같이 욕망을 주문하고
배달된 상실에 눈물 젖은 마음이
식빵처럼 부드러워지는 순간을 느끼면서
생을 배운다
서로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터득하는 삶
달력 마지막 장 뒤꼍에 서면
온욕溫浴 뒤 말랑해진 손톱과 발톱처럼
부드러워지고 싶다
한 해, 선물처럼 배달된 상처와 사랑을 잘 숙성시켜
향기가 짙어진 가슴으로 잊고 있었던 친구에게
서먹해진 이웃에게 보드라운 안부를 묻고 싶다
나와 부대끼며 잘 살아준 모든 이들이 고마워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
- 素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