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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1

by 김낙향 2017. 6. 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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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볼 때

나는 왜 삶이 *오버랩(overlap) 되는지

 

팝콘처럼 혹은 나비 날개처럼 가벼운 삶이길 소원했는데

 

연둣빛 5월을 헛디뎌 생이 삐끗하듯

줄기가 꺾인 백일홍 꽃 피우는 것을 보고

삶은 아파하면서 피는 꽃과 같다는 걸 알았다

 

아귀같이 욕망을 주문하고

배달된 상실에 눈물 젖은 마음이

식빵처럼 부드러워지는 순간을 느끼면서

생을 배운다

 

서로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터득하는 삶

 

달력 마지막 장 뒤꼍에 서면

온욕溫浴 뒤 말랑해진 손톱과 발톱처럼

부드러워지고 싶다

 

한 해, 선물처럼 배달된 상처와 사랑을 잘 숙성시켜

향기가 짙어진 가슴으로 잊고 있었던 친구에게

서먹해진 이웃에게 보드라운 안부를 묻고 싶다

 

나와 부대끼며 잘 살아준 모든 이들이 고마워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



- 素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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