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
저녁이 올 때
문태준
내가 들어서는 여기는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哀歌), 빗방울
산 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놓았어요
모두가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시집『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계간《시와시학》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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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 발달』『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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