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온 첫해에
나는 왜 마당이나 고샅길에
풀이 돋는 것을 그냥 두지 못하는지
풀 때문에 낭패 본 것처럼 왜 그리도
뽑아댈까
아침마다 제일 먼저 꼬리 치며 인사하는데
왜 참지 못하고
자시가 넘도록 연거푸 짖어댄다고
저놈의 개새끼라고 소리를 질러댈까
유정란을 챙길 때는 고맙다고 하던 내가
겨우 잠든 나의 새벽잠을
알람시계처럼 깨우는 수탉을 향해
볶음탕 해 먹을 거라고 왜 그리도 모진 말을
해댈까
다 자기 삶에 열중한 것뿐인데
왜 그리도 부아가 치미는지
내가 아직 시골스러움에 익숙하지 않아선가?
나의 세 번째 시집 ≪무릎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