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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을까?

나의 뜰/마음 안에 풍경.2

by 김낙향 2023. 3. 1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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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을까?

 

 

오늘도 마당에 붙박이처럼 놓인 의자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손뼉을 치다가

컹컹 짖는 복실이를 바라보며 웡웡 따라 하다가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참새 부리에서 떨어지는

짹짹 소리를 손바닥에 받아 헤아린다

하나 짹 

둘 짹짹

셋 짹짹짹

 

부쩍 줄어든 말 때문에

언젠가부터 상실된 문장에 남아있는 단어를

짧게 툭툭 뱉어낸다  

 

어느 시인이 새의 머리에는 문장은 없고

단어만 있다 했는데

문장이 상실된 엄마도 새처럼 날 수 있을까

아픈 무릎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훨훨

저기 저 익숙하고 친근한 구불구불한 길을

날개 달린 듯이 걸을 수 있을까

 

더구나 의자에 앉아 끔벅끔벅 졸고 있는 눈꺼풀이

졸고 있는 새의 눈꺼풀까지 닮았으니

곧 치맛자락 펄럭이며 길을 가로질러

친구 집에 마실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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