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의 언어로 말하기/ 송종규 시인
불구의 언어로 말하기 / 송종규 압력을 이기지 못한 주전자가 뚜껑을 들썩거리며 끓어오른다. 소리치고 싶은 내 문장 속의 남자들처럼. 검은 커튼 뒤에는 푸른곰팡이와 남자들의 욕망이 은밀하게 뒤엉킨다. 그들은 아주 가끔씩 내 문장 속으로 발을 밀어넣는다. 은밀하게 나는 그들을 맞아들인다. 정신의 뜨거운 팽창이, 그 무한의 에너지가, 삶을 끌고 갈 수는 없을까.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세계의 정제된 에너지들이 비로소 문자로 표현될 수는 없을까. 그럴 수 있다면, 마침내 하얗게 식은 정갈한 재가 남아서, 내 삶과 문학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뜨겁게 타올라 마침내 아무 것도 남지 않았을 때, 거기,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은 한 줌의 자유가 고요히 놓여있을 것이다. 라캉의 말을 빌린다면, 이 뜨거운 팽창은 ..
마중물/시인들 시
2014. 5. 16.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