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009년 신인상
2009 문학동네 신인상 시 당선작 탁탁탁 / 이선욱 그러니까, 가문 벌판이었다 저녁이면 한 무리의 염소들은 그늘로 떠났고 목동의 손만 홀로 남아 벌판 한가운데 놓인 탁자에서 타자를 쳤다 타자를 쳤다 캄캄한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솔가지 타는 소리가 허공에 퍼졌고 타자기에선 부서진 사막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다 닳은 잉크처럼 어둠에 날리는 글씨와 함께 이따금씩 타점이 강하게 울렸으니 휘어지는 바람을 따라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가 달라지기도 했다 목동의 손은 가벼웠다 몸은 없고 손만 남았으므로 말없이 서술하는 시간은 활자판의 중심처럼 칸칸씩 이동할 뿐 꿈꾸듯 망설이는 타법은 아니었다 다만 슬픈 꿈의 오타만이 하얀 털뭉치처럼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궁극의 어떤 형상 같았으나 궁극에는 자라지 못할 운명이었다 자판은 ..
마중물/시인들 시
2009. 10. 1.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