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꼭대기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 된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더듬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 하던 날들은 이미 과거였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비키 니 옷장 속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출몰할 때도 말을 더듬었 다 우우, 우,우 일요일엔 산 아래 아현동 시장에서 혼자 순대국 밥을 먹었다 순대국밥 아주머니는 왜 혼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고마웠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여상을 졸업하고 높은 빌딩으로 출근했지만 높은 건 내가 아니 었다 높은 ..
마중물/시인들 시
2008. 6. 15.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