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록 선생님이 보낸 시
2015.09.16 by 김낙향
自畵像 / 장석남
2015.05.29 by 김낙향
연륜 / 김기림
2015.05.27 by 김낙향
모시옷 한 벌 / 임미형(동서커피 제11회 금상)
2015.05.26 by 김낙향
천사 / 박하린
2015.03.31 by 김낙향
기혼의 독방 / 김경미
2015.02.15 by 김낙향
괄호처럼 / 이장욱
2015.02.09 by 김낙향
의자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 이원
2014.09.16 by 김낙향
고요의 결 조창환 연꽃 벌어지기 전 이른 아침 연잎에 맺힌 물방울 탱글탱글하다 저 맑고 단단한 적막의 흔적 안에는 고요의 결을 쓰다듬던 별빛의 온유溫柔와 수치羞恥가 스며 있다 작은 새의 날갯짓이 스치고 지나간 허공, 파르르 떨리는 연 밭의 혼 어떤 떨림은 잘 쓰다듬으면 이토록 ..
마중물/시인들 시 2015. 9. 16. 21:56
自畵像 / 장석남 무쇠 같은 꿈을 단념시킬 수는 없어서 구멍난 속옷 하나밖에 없는 커다란 여행 가방처럼 종자로 쓸 녹두 자루 하나밖에 아무것도 없는 뒤주처럼 그믐 달빛만 잠깐 가슴에 걸렸다 빠져 나가는 동그란 문고리처럼 나는 공허한 장식을 안팎으로 빛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마중물/시인들 시 2015. 5. 29. 16:27
연륜 _ 김기림 무너지는 꽃이파리처럼 휘날려 발 아래 깔리는 서른 나문 해야 구름같이 피려던 뜻은 날로 굳어 한 금 두 금 곱다랗게 감기는 연륜. 갈매기처럼 꼬리 덜며 산호 핀 바다 바다에 나려앉은 섬으로 가자. 비취빛 하늘 아래 피는 꽃은 맑기도 하리라. 무너질 적에는 눈빛 파도에 ..
마중물/시인들 시 2015. 5. 27. 15:40
[시][제11회]금상_모시옷 한 벌 -임미형2013-02-19 부채 끝에 꽃잎이 펄럭이면 무릎에 비벼 풀실로 짠 모시 베 한 필 바꿔다가 마름질 한다 보일듯한 속내를 올올이 세어 박아서 자르고 또 꺾어 박아 참새 부리 같은 섶에서 매미소리가 나면 살금살금 뒤축을 들고 깃을 세운다 야무진 깨끼옷 곱..
마중물/시인들 시 2015. 5. 26. 10:44
천사(天絲) 뭉게뭉게 피었던 허공의 꽃 그 꽃의 끄트머리에 물레질하면 실이 뽑혔다 질기고 투명한 면사는 무엇으로도 헤지지 않는 허공의 면사 다 뽑힌 구름에서는 가끔 씨앗의 껍질이 하얗게 떨어져 쌓이기도 했다 껍질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을 눈이라고 안개의 뼈라고 했다 구..
마중물/시인들 시 2015. 3. 31. 17:29
기혼의 독방 김경미 아침이면 그녀, 순례에 나서네, 복덕방 아저씨 어디 없나요, 가시 없는 잎사귀들의 마을, 봄의 초록 은행잎처럼 눈에 띄지 않는, 서양 물감빛들 한 켜씩 셀룰로오스를 떨구는 방, 절친한 가족도, 낙지 같은 가재도구도, 정부도 찾지 못할, 나무 꼭대기나 11월의 바닷속..
마중물/시인들 시 2015. 2. 15. 22:29
괄호처럼 이장욱 (무언가를 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너와 함께 살아온 것 같았다. 텅 빈 눈동자와 비슷하게 열고 닫고 창문 너머로 달아나는 너를 뒤쫓는 꿈 내 안에서 살해하고 깊이 묻는 꿈 그리고 누가 조용히 커튼을 내린다. 그것은 흡, 내가 삼킬 수 있는 모든 것 오늘의 식사를 위해 입을 벌리고 다 씹은 뒤에 그것을 닫고 그 이후 배 속에서 일어나는 일 몸에 창문을 만들지 않아도 가능한 일 블라인드를 올리지 않아도 발을 헛짚어 푹, 꺼지는 구덩이가 되어 이제 모든 것이 너를 포함할 것이다. 너는 길을 걷다가 조금씩 숨이 막힐 것이다. 가만히 눈꺼풀을 열어보는 사람이 되어 무서운 어둠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끝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지금 너의 모든 것을 품고 싶은 것..
마중물/시인들 시 2015. 2. 9. 16:15
의자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원 곧추 세운 등뼈 아래로 엉덩이를 엉거주춤 유지해야 하는 이 포즈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각자의 배후를 전적으로 위탁하는 포즈를 우리는 언제부터 배워야 했습니까 의자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디부터 구부려야 했습니까 어디를 숙여야 했습니까 의자를 닮기 위해 발을 매단 채 손을 매단 채 이상한 도형이 되어야 했습니다 침묵하고 있는 이 짐승은 언제 달리기 시작하나요 창 밖 난간으로는 발음을 모르는 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밤의 숲에 가면 뼈의 외침이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로잡힌 척 의자에 앉아 우리는 손만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한 끼를 위한 너덜너덜한 손의 동작을 왜 멈출 수 없습니까 항문과 입을 동시에 벌리는 법 우리는 어쩌면 이토록 징그러운 동작을 배웠을까요 ..
마중물/시인들 시 2014. 9. 16. 23:21